칼럼-15
“효도는 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건강하셔야 효도를 하지요.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한테는 효도를 못해요”라고 슬퍼하시던 어느 목사님의 말이 기억난다. 얼마 전 신문에서 접한 기사 중 치매에 걸린 부모를 학대하다가 양로원에 보내버렸다는 현대판 고려장에 관한 어느 가족의 슬픈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필자가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상대로 뇌 건강 및 치매에 관한 세미나를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 중의 하나가 신문에서 보았던 기사의 내용과 비슷한 경우의 노인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음을 보고 놀라움과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이렇게 버려진 노인들의 자녀들이 처음부터 부모님을 이렇게 대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다가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치매 초기에는 자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성들여 늙으신 부모님을 수발하느라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자녀들도 지쳐가고 생활의 리듬과 가족의 경제가 완전히 파괴되는 과정에서 마지막 수단이 치매에 걸린 부모를 양로원으로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을 양로원에 보낸 자식들에게 필자는 분노를 느끼기도 했었지만 곰곰히 자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자식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안되며, 24시간 옆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의 생계도 걱정해야 하고, 치매에 걸린 부모님의 병원 및 약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 차도없이 매일매일 악화되는 병세와 조금이라도 정성이 모자라게 되면 거기서 오는 불효에 대한 죄책감….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자식들도 불쌍하게 만들고 불효하게 만들며, 온 가족의 구성 자체를 파괴하는 질병가운데 최악이다.
어느 자식이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겠는가. 날이 갈수록 연약 해 지고 흰머리와 주름살이 늘어만 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님의 치매에 관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 최선의 효도는 부모님께 치매가 오지 못하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치매의 초기 증상이 발써 보인다고 하면 인지능력이 더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빨리 손을 쓰는 것이 자녀의 입장에선 현명한 방법이다. 그리고 아직 부모님의 건강이 좋을 때 치매 예방에 좋은 것들을 많이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즐겁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식의 도리 일 것이며, 이것은 결국 자녀 스스로를 위하여 해야 할 일 일기도 하다. 모시고 사는 부모님 중 한 분 이라도 치매에 걸렸다고 하면 행복하고 웃음 가득한 가정이라는 것과 평범한 가정의 삶이라는 것은 그 순간부터 무의미 해 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녀들로 하여금 효도를 다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노부모의 치매 초기증상을 방임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었을 때 후회를 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생은 60부터이다.
우리 부모님이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쌓아놓은 사회적, 경제적 안정과 자녀들에게 쏟아부은 정성이 열매를 맺어, 손주들과 마음껏 여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 자녀들이 볼 때, 얼마나 아름답고 흐뭇한 광경이 아니겠는가.
희망을 가지자.
부모님을 위하여 우리가 해 드릴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너무나 많다. 부모님이 더 늙기 전에 오늘이라도 당장 부모님을 위하여 해 드릴 수 있는 그 무엇을 실천에 옮기자. 이것이 효도이고, 효도는 결국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